평신도 중심사역으로 건강한 교회 이루어가는 상현교회
- 상현교회
- 2016년 7월 8일
- 4분 분량
“행복한 교회 되기 위해 행복한 목회해야 하겠지요”
- 최기학 목사(용천노회 상현교회)

최기학 목사는 족구 선수다. 30년을 뛰었다. 포지션은 스트라이커. 월수금, 일주일에 세 번 아침마다 족구로 체력을 다진다. 인터뷰가 있던 금요일 오전에도 어김없이 족구를 뛰고 왔단다. 상현교회 인근 창동 염광교회(황성은 목사 시무)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면 찌뿌듯하던 몸에 활기가 돌고, 또 오랜 친구이자 후배들인 장로들과 허물없는 경기를 뛰고 나면 마음도 개운하다. 사실 최기학 목사는 목사가 아닌 장로가 되고 싶었다. 모(母)교회인 창동 염광교회 제1호 집사였던 청년 최 목사는 좋은 장로로 교회를 섬기고픈 꿈이 있었다. 하지만 최 목사는 그의 표현대로 “강렬한 소명”에 이끌려 인생의 행로를 바꾸었고 오늘의 상현교회를 이끌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형님 손을 잡고 교회엘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창동 염광교회를 개척하신 최기석 목사님이 위에서 세 번째 형님이세요. 청년 시절 형님과 같이 그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제가 염광교회의 제일 첫 번째 집사였어요. 사실 저는 좋은 장로가 되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성경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 직장 다니면서 새문안신학교엘 들어갔지요. 그런데 4학년이 되면서 강렬한 소명을 받았습니다. 신학교에서 진행되는 채플마다 여러 목사님들이 오셔서 설교를 하셨는데 ‘비굴한 놈, 목회를 두려워하냐’는 메시지가 들렸고 설교 때마다 울었습니다. 솔직히 좋은 직장 다니며 잘 살고 있는데 이 모든 걸 버리고 목회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 억울했거든요. 제가 직장생활을 썩 재미있게 했습니다. 작은 회사도 경영해 보았고요. 목회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목회를 해야 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받았고, 그렇게 제 인생이 새롭게 시작된 것이죠.”
애초 평신도로서 교회를 잘 섬기고자 마음을 다져왔던 최 목사는, 그 덕분에 목사가 되어서도 평신도 사역을 강조하는 목회를 해왔다고 했다.
“제가 평신도였을 때 받은 교회를 향한 애정과 열정을 늘 기억하면서 목회를 해왔어요. 평신도라면 어떨까, 평신도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말이죠. ‘제1의 종교개혁을 통해 성경이 사제들의 손에서 평신도의 손으로 넘어갔다면, 제2의 종교개혁은 사제들의 사역이 평신도에게로 넘어갈 것’이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목사들이 하고 있는 많은 사역들이 평신도에게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 식구가 개척한 교회,
이젠 2천여 가족이 예배
최기학 목사가 신학을 마치고 목사안수를 받을 당시 그의 나이는 서른여덟. 젊지 않은 그가 설 만한 교회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개척한 교회가 바로 상현교회다. 1987년 4월 안수 받고 바로 그해 11월 상계동에 교회 터를 잡았다.
“당시 상계동 아파트에 3천200세대가 입주를 했는데 교회가 30개 들어왔습니다. 내로라하는 교회 중에도 이곳에 개척을 시작한 곳이 많았어요. 저는 그때 목사가 된 지 고작 7개월밖에 안됐을 때인데, 겁 없이 개척을 시작한 셈이지요. 1987년 11월 15일 추수감사주일, 아내와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노회에서 함께 개척예배를 드렸고, 금요일 입주를 시작해 당장 그 다음 주일부터 52㎡(16평) 예배당이 꽉 찼어요. 이후 지금까지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예배당을 52㎡(16평)에서 1년 만에 204㎡(62평)으로, 204㎡(62평)에서 330㎡(100평)으로 확장하고, 개척 5년이 되던 해에 지금 이곳 땅을 사 중계동으로 온 겁니다. 상계 주공2단지 상가에 52㎡(16평)을 얻어서 개척하고 어느덧 28년이 지났습니다. 참 감사하게도 그동안 하나님께서 큰 복을 주셔서 식구 3명이 시작한 교회에서 지금은 2천여 명이 가족이 되어 함께 예배드리고 있습니다.”
현재 상현교회는 대지 1,652㎡(500평)에, 지하 3층 지상 7층으로 연건평 8,264㎡(2천500평)이다. 1층 카페는 지역 주민들의 크고 작은 모임공간으로 활용되며, 예배당도 인근 학교나 교회 등이 공연이나 행사 때마다 쓸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애초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예배당 의자를 장의자가 아닌 공연장 의자로 들여놨었다.
지역사회 섬기고
곳곳에 교회 세우는 비전
“저희 교회가 갖고 있는 비전이 네 가지인데, 첫 번째가 ‘말씀으로 건강한 교회’, 두 번째가 ‘성령의 임재로 거룩한 교회’, 세 번째가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입니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사명이 있고 그에 따라 지역을 잘 섬겨야 하겠기에 예배당을 지을 때부터 개방적이고 주민친화적인 콘셉트를 갖고 지었습니다. 지금까지 주민들에게 예배당을 개방하고 있어요. 주변 교회나 학교 행사를 우리 교회에서 자주 합니다. 카페에서 모임도 하고요. 또 교회 자체적으로 ‘노원천사운동본부’를 세워 지역사회를 위해 교회가 천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원천사운동본부는 노원 지역 내 소외된 이웃들을 돕기 위해 상현교회가 자체적으로 만든 봉사단체이다. 지자체의 손길도 닿지 않는 차상위 계층 이웃들을 교회가 찾는다. 부활절이나 성탄절 등 절기마다 모금 등을 벌여 쌀이나 생필품을 전달하고, 수요일마다 교회 식당에서는 ‘사랑과 나눔의 식탁’이 마련돼 교회를 찾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점심을 대접한다. 상현교회 교인들은 주일 점심도 교회에서 돈을 내고 사먹는데, 이렇게 모인 점심값은 모두 노원천사운동본부를 통해 이웃돕기에 사용된다.
“또 우리 교회는 장애인, 특히 청각 및 언어장애인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농아인 목사님을 모시고 농아인 예배를 매주 드려요. 청각 및 언어장애인 40~50명이 매주 모여요. 노원구 유일한 농아인교회입니다.”
상현교회의 네 가지 비전 중 마지막 비전이 ‘선교의 비전으로 행복한 교회’이다. 최기학 목사는 “은퇴 전까지 12개 교회를 개척한다”는 소망을 꾸준히 이루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파주상현교회, 김포상현교회, 천안상현교회, 그리고 작년 춘천상현교회까지 4개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해외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6군데에 교회를 세웠고요. 제가 은퇴할 때까지 이제 4년이 남았는데 그 안에 2~3개 교회를 더 세울 계획입니다.”
또 상현교회는 매달 국내 미자립교회 및 기관, 학교 등 50여 곳에 1200만원 상당의 후원금을 보낸다.
행복한 목회, 행복한 교회
하지만 무엇보다 최기학 목사가 목회방침으로 제일 먼저 꼽는 것은 ‘행복’이다. 행복한 교회는 행복한 목사로부터 나온다.
“앞서 말씀드린 네 가지 비전을 중심으로 지난 28년간 목회를 해왔고 나름 결실을 본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아래 흐르는 우리 교회의 평생 비전은 ‘영혼을 구원하고 예수 제자 삼는 교회’입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행복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목사인 나부터 행복하게 목회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또 지금 한국교회가 건강하지 못하니 건강한 교회에 대한 비전과 열정도 가지고 있지요.”
최 목사는 한국교회의 문제에 대해 “신행일치가 되지 않는 것”을 들었다. 믿는 바와 행동하는 바가 다른 것에서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교회 지도자가 먼저 일어나 회개하는 역사가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한국교회가 시대를 이끌어갔는데 지금은 뒤따라가기도 힘든 상황이잖아요. 교회가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교회가 바로 가야 사회도 바로 간다는 책임의식, 사회가 어려우면 그 어려움도 교회의 책임이라는 마음으로 교회가 새롭게 각성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최 목사는 다음세대에 대한 대안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상현교회는 현재 두세 달에 한 번씩 온가족예배를 드린다. 부모와 자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예배드린 후 함께 식사한다. 교회는 이를 위해 인근 식당 할인권을 교인들에게 배포한다. 최 목사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예배의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부모와 함께 드리는 예배가 큰 영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조계화 사모와 슬하에 외아들 최신호 목사를 두었다. 아들은 현재 행신임마누엘교회에서 사역중이다.
“목회도 즐겁게 하고 운동도 재미있게 하고, 지금과 같이 행복하고 건강한 교회를 세워나가고 싶습니다. 돌아보니 지금까지 목회하면서 땅을 사고 건축을 하는 등 8번 큰일을 했더라고요. 그때마다 협주해주신 장로님들과 교인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아는 사이가 됐어요. 제가 본 교단 총회 서기일 때 목회세습 반대 법안이 결의되고 상정됐어요. 아들도 언젠가 나와 같이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하길 바랍니다.”
/한지은 기자
http://www.jangro.kr/Jpeople/detail.htm?aid=14665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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